서양문명 근간에 새겨진 신의 흔적을 따라가며
표류하는 인류의 오늘과 내일을 탐색하다!
서양문명의 심층에 자리한 기독교의 신에 대한 방대하고도 치밀한 지적 탐사를 통해 신학과 철학과 과학을 조화시킬 뿐 아니라, 문화·역사·미술·음악을 넘나들며 인문학적으로 성서와 기독교를 이해하는 전범을 제시하고, 기독교적 사유의 본질을 규명하는 한 편의 대서사시. 신의 정체와 서양문명의 핵심을 밝히는 이 기획은 현실과 역사에 대한 피상적 이해에서 나온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풀어 나갈 실천적 지혜, 곧 인간의 참된 본성을 숙고하고 미래를 모색할 든든한 디딤돌을 제공할 것이다.
추천의 글_이어령
들어가는 글
1부 하나님은 누구인가
하나님은 어떻게 생겼나│미켈란젤로가 그린 노인은 누구인가│에로스의 날개│신인동형설│신론과 존재론 그리고 서양문명
2부 하나님은 존재다
1장 존재란 무엇인가
하나님에게는 이름이 없다│지성도 넘고, 신비도 넘어│하나님은 하늘에 있고, 너는 땅 위에 있다│그리스인들과 존재│자연의 사다리에서 존재의 사다리로│존재의 계층구조에서 사회적 계층구조로│존재는 창조주다│히브리인들과 존재│시간화와 탈시간화의 마술│존재의 바다와 ‘퍼텐셜’│하나님의 모습 상상하기
2장 하나님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하나님의 존재를 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나│토마스 아퀴나스의 ‘다섯 길’│페일리의 시계를 망가뜨린 사람들│마야의 찢지 못하는 베일│하나님의 존재를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나│메타노이아―신비적 형태에서 일상적 형태로
3부 하나님은 창조주다
3장 창조론이 왜 『고백록』 안에 있나
위대한 생애, 불멸의 학문│고백인가, 증언인가
4장 창조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태초는 언제인가│무에서 유가 어떻게 나오는가│무수한 우주가 존재한다고?│앨런 구스와 아우구...
어느 문명에서든 신은 종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신은 언제나 종교 밖으로 나가 종교 아닌 것들 속으로 스며들어 간다. 세속적인 것, 일상적인 것, 문화적인 것 안으로 과감히 침투해 들어간다. 신은 사회제도와 전통 안으로, 생활규범과 관습 속으로, 학문 안으로, 문학 속으로, 미술과 건축 안으로, 음악과 공연 속으로, 부단히 파고들어 문화와 문명의 심층을 이룬다. 서양문명이 특히 그렇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서양문명에 대한 이해를 그 세계가 오랫동안 숭배해 온 기독교의 신, 하나님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흔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썩 좋은 방법이다. 서양문명을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바로 보고 해결책을 마련할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 대한 피상적 이해가 가진 위험을 풍자한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물이 귀해 식수마저 부족한 어느 나라의 사람이 서구를 방문했다가 벽에 붙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시원스레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경탄했다. 그래서 수도꼭지를 여러 개 사서 자기 나라로 돌아가 벽에 꽂아 놓고 틀어 보았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 벽 뒤에... --- 「맺음말」 중에서
2,000년 서양문명사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래’를 탐험하다!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깊이 있는 성찰을 바탕으로, 무엇보다 대중과의 소통을 향한 고민과 노력으로 다양한 대중 철학서와 인문 교양서를 집필해 온 철학자 김용규가 이번에는 서양문명의 심층을 ‘신’이라는 코드로 풀어낸다. 서양문명을 빚어내고 2,000여 년간 그 근간을 이루어 온 것이 다름 아닌 기독교의 신, 하나님이므로, 저자는 그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서양문명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길이자, 우리가 삶에서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지난 2010년 출간되어 “한국어로 쓴 인문학의 한 성취”라는 찬사와 주목을 받았던 작품을 “다시 쓴다는 마음으로 고치고 확장한 개정증보판이다. 곳곳에 설명과 화보를 이전보다 더 풍성하게 넣어서 보완했고, 욥의 이야기를 매개로 살펴본 하나님의 섭리와 그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관한 4부 8장은 새로 써넣었다.” 그럼으로써 서양문명의 근간인 기독교의 하나님에 대한 좀더 다층적·심층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
‘호모 데우스’의 시대, 왜 다시 신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인간이 신이 되고자 하는 ‘호모 데우스’의 시대다. 인류의 ‘진화’,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어쩌면 신이 더 이상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하는 지금, 우리는 왜 다시 신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신은 전근대적이고 시대에 뒤처진, 특정 종교인만을 위한 주제가 아닌가? 그러나 저자는 신을 꿈꾸는 탈근대의 인류가 진정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는지 묻는다. 저자가 “세계화의 거센 물결을 타고…서양문명이 우리에게 떠넘긴 심각한 문제들”이라고 진단하는 “가치의 몰락, 의미의 상실, 물질주의, 냉소주의, 허무주의, 테러와 전쟁으로 치닫는 문명의 충돌” 등은 부인할 수 없게 인간의 삶 구석구석을 잠식하고 있다. 또한 지그문트 바우만이 “세계화가 낳은 인류의 단일화란 근본적으로 달아날 곳이 아무 데도 없다는 뜻”이라고 갈파했듯, 우리는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자연적·사회적 재난들이 삽시에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시대를 산다.
과거는 오늘의 인류가 발 딛고 서 있는 지반이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피상적 문제 해결을 넘어 문제에 맞닥뜨린 우리 자신이 진정 누구인가에 대해 질문해 보아야 한다. 개...
신이 죽었다고 외치는 시대를 거쳐 이제 인간이 신이 되리라 자처하는 시대에 도달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신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식과 소유와 권력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정도로 증대하면 과연 우리가 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신의 낙원이 도래한다는 것인가?
신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드러냈으며 각 시대는 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오독해 왔는지에 관해 서양문명의 뿌리에서부터 근현대까지 통틀어 톺아보는 이 거대한 서사의 여정에서 결국 우리는 인간 자신의 참된 자화상에 도달한다. 칼빈은 하나님을 알아야 인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 책은 바로 그 귀한 지혜의 현대판 증언이다.
이 책에 담긴 철학자의 치밀하고 오랜 지적 탐색뿐 아니라 그의 지혜 어린 조언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이 오만과 과잉, 야만과 공포의 시대 곳곳에서 감지되는, 인간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하는 뿌리 깊은 욕망을 넘어설 실마리를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참된 인간의 모습, 곧 신을 닮은 인간의 생명과 아름다움을 다시 이야기로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전 문화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