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 독자를 사로잡은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 신작소설!
열셋 은서, 스물아홉 은순, 서른여덟 지선, 일흔둘 성례...
십대부터 칠십대까지, 지금 여기 대한민국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들의
땀과 눈물, 용기와 연대의 목소리!
흔하게 일어나지만, 분명 별일이었던
너, 나, 우리... 그녀들의 이야기
『그녀 이름은』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이후 2년 만에 조남주 작가가 선보이는 신작 소설집이자,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82년생 김지영』에서 다 하지 못한 수많은 ‘그녀’들의 이야기가 『그녀 이름은』에서 다채롭게, 보다 당당하게 펼쳐진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그녀, 엄마의 간호를 도맡은 그녀, 열정페이를 강요받는 비정규직 그녀,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그녀까지…… 작가는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그녀들의 목소리와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내어 28편의 이야기로 완성했다.
학교, 가정, 회사…… 일과 생활이 이뤄지는 모든?공간에서 때로는?울었고 때로는 웃었으며 자주 당황했고 이따금 황망했던 나, 너, 우리, 그녀들의 이야기. 60여 명의 그녀들을 작가가 인터뷰하고 소설로 다시 엮은 『그녀 이름은』은 특별한 것 없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용감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대한민국 ‘그녀’들의 땀과 눈물로 완성된 아주 특별한 이야기이다.
아홉 살 어린이부터 예순아홉 할머니까지 육십여 명의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 목소리에서 이 소설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상기된 얼굴, 자꾸만 끊기던 목소리, 가득 고였지만 끝내 흘러내리지 않던 눈물을 잊지 않겠습니다.
쓰는 과정보다 듣는 과정이 더 즐겁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고 어렵기도 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많은 여성들이 “특별히 해줄 말이 없는데” “내가 겪은 일은 별일도 아닌데”라며 덤덤히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흔하게 일어나지만 분명 별일이었고 때로는 특별한 용기와 각오, 투쟁이 필요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자체로 의미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특별하지 않고 별일도 아닌 여성들의 삶이 더 많이 드러나고 기록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
1. 하지만 계속 두근거릴 줄 아는
두 번째 사람
나리와 나
그녀에게
어린 여자 혼자서
내 이름은 김은순
대관람차
공원묘지에서
2. 나는 여전히 젊고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혼일기
결혼일기
인터뷰-임신부 이야기
엄마는 1학년
운수 좋은 날
그녀들의 노후대책
목소리를 찾아서
다시 빛날 우리
3. 애하머니 겅강하새요
조리사의 도시락
운전의 달인
20년을 일했읍니다
엄마일기
진명아빠에게
할매의 다짐
4.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재수의 변
다시 만난 세계
늙은 떡갈나무의 노래
큰딸 은미
공전주기
열세 살의 출사표
에필로그/ 78년생 J
그래도 절대 후회하지 않느냐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조용히 덮고 넘어간 두 번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피해자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사람」중에서
내가 오늘 삼킨 말, 다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들을 생각한다. ---「나리와 나」중에서
이렇게 줄여서 쓰니까 별일 아닌 것 같네. 사실 아직도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고 밤에 불을 끄고는 잠을 못 자. 환하게 불을 켜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뒤척이다가 안 되겠다 싶어 불을 껐다가 무서워서 또 작은 스탠드를 켰다가 아침이 되어서 창 너머가 밝아지면 그제야 잠이 들어. 생활이 엉망이지. ---「어린 여자 혼자서」중에서
힘들었던 건 인정해. 근데 자기가 너무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 같네. 왜 그렇게 예민해? ---「내 이름은 김은순」중에서
좋든 나쁘든 은순이 겪은 모든 일들은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고 스물아홉이기 때문에 벌어진 불행은 아무것도 없다. 서른아홉에도 마흔아홉에도 쉰아홉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이름은 김은순」중에서
연애 안 하니, 결혼 안 하니, 지금 낳아도 노산이다, 애부터 만들어와라, 너만 아니면 우리 집에 걱정... ---「진명 아빠에게」중에서
‘작가의 말’에서 밝히듯 조남주 작가는 『82년생 김지영』 출간 이후 “특별하지 않고 별일도 아닌” 아니, 그렇다고 여겨져온 여성들의 삶을 “더 많이 드러내고 기록”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홉 살부터 일흔아홉 살까지 60여 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한 이야기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경향신문》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다」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로 연재됐다. 그녀들이 ‘별일도 아닌데’라며 운을 뗀, 그러기에 작가가 더 경청한 저마다의 인생은 소설로 다시 쓰이고 28편의 이야기로 묶여 『그녀 이름은』으로 선보이게 됐다. 집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뉴스에서, 겪거나 목격했지만 ‘별일 아니’라며 스스로 삼켜버린 이야기들이 비로소 목소리를 찾은 것이다.
『그녀 이름은』 속 28편의 이야기는 네 개의 장으로 묶였다. 부조리한 노동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때로는 가족까지 부양해야 하는 2030 여성들, 결혼이라는 제도 중심과 언저리에서 고민하는 여성들, 제 이름도 잊은 채 가사ㆍ양육 노동이나 직장 노동 때론 둘 다를 오랜 시간 떠맡은 중년 이상의 여성들, 앞 세대 여성들의 어려움을 목도하면서도 ‘다시 만날 우리의 세계’를 꿈꾸는 10대ㆍ20대 여성들의 이야기가 각 장마다 눈물 또는 웃음 혹은 다짐이라는 서로 조금씩 다른 온기로 전달된다.
제도, 규범, 상식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자책을 딛고 부조리를 폭로하다
위계를 이용한 강압적인 신체 접촉, 불쾌한 농담, 외모와 옷차림 지적, 부적절한 연락, 갖은 추행과 희롱과 폭력. 가해자는 멀쩡히 생활하고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노출되는 아이러니. 『그녀 이름은』의 문을 여는 「두 번째 사람」은 상사의 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다 미투라는 마지막 방법을 택한 공기업 직원 ‘소진’의 투쟁기다. 피해를 기록하고 회사에 알리고 노동청에 진정을 내며 자구책을 찾지만 돌아오는 건 따돌림과 “사회부적응자, 또라이, 사이코패스”라는 폭언이다. 소진은 결국 폭로를 택한다. 이전에 비슷한 선택을 했던 이들이 신상털이와 음해와 역고소와 ‘잊힘’에 맞서 힘든 싸움을 계속한다는 걸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진은 포털사이트 오픈 게시판과 자신의 SNS 계정에 사건 경과부터 회사의 조치까지 모두 폭로했다. 그동안 제도, 규범, 상식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방법을 택하지...